눈사람을 만드는 건 불법이야
햇빛에 허를 찔려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려줄지도 몰라
눈사람을 만드는 건
불법이야, 햇빛은 언제나
어둡고 가난한 세상을 부정하고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팔다리가 잘린 채 암매장된
시체처럼 발굴하지만
괜찮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두 손을
가슴에 풀 찔러넣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거든
글쎄, 어디쯤에서 펑펑
울었는지 누군가 질겅질겅
씹다 버린 껌을 밟았는지 그건
꽃밭에 발자국을 숨겨놓고 사는
눈사람의 사생활
오늘도 햇빛은
얼굴이 지워진 내 사랑을
고문 자전거 펑크 난 바퀴처럼
굴리고 가지만, 괜찮아
사과를 쪼개듯 햇빛이
세상을 반으로 나누지는
못할 테고 나는
눈사람보다 더 따뜻하게
죽을 자신이 있거든
눈사람을 만드는 건 불법이야, 김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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