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어제는 귀 없는 토끼로 살아 즐거웠고 오늘은 잠 없는 거북이로 살아 지루합니다 사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나는 자주 인간이 아닙니다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내 몸은 살이 아니라 살구향이 나는 비누로 가득하고 정신은 포유동물의 젖으로 만든 고체 음식입니다

메스껍지 않으십니까? 동물애호가이시군요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될 테니까 너는 새가 되면 좋겠다고 말해준 여자가 저만치 날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새보다 먼저 뛰어가 나무가 되어야 할까요 어제 집을 나간 정신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고 나는 두 팔로 무릎을 싸매고 앉아 있습니다 검은 비닐봉지 가득 살을 담아 부스럭거리면 바람 또한 치즈보다 부드럽고 착한 음식입니다

내가 웃는 동안 새가 날고, 새가 하늘을 배회하는 동안 나는 빵과 빵 사이에 새의 그림자를 끼워넣고 내일을 먹어치웁니다 단 한 번도 날아본 적이 없는 그림자, 자신이 새라고 말해본 적도 없는 그림자ㅏ는 북북 새를 찢어서 하늘에 버렸다고 생각할지 모르고 나는 염소나 양처럼 순한 짐승들의 허기마저 채울 수 없는 빵에 관한 마지막 질문입니다

침대 밑에 떨어진 그녀의 그림자를 빵에 발라 먹습니다

당신은 입을 너무 크게 벌리셨군요

치즈, 김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