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종말에 부치는 노래
그 날에는 꿀벌이 꽃술을 날고,
어부는 반짝이는 그물을 손질하고,
돌고래들은 바다에서 장난을 치며,
작은 참새들은 처마 밑에서 지저귄다.
그날에는
하늘 위에서 나뭇잎들이 천천히 떨어지고,
정육점 주인은 무게를 재며 큰소리를 웃고,
보트는 유람을 떠나고,
바람을 평소처럼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둔 사람은
바닥에 앉아 바이올린을 고치고 있으며,
시장에서 마늘 냄새가 돌고,
아이들은 바닥에 분필로 그린다.
그날에는
길모퉁이에서 그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그는 이제 끝났어"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아직도 시간을 묻고,
누군가는 우유를 따르고,
아이들은 줄넘기를 하고 있다.
그날의 징조는 없었다.
번개도 없고, 나팔 소리도 없었다.
하얀 새가 하늘을 가로질렀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계시라 여기지 않았다.
태양이 비췄고, 달이 여전히 찼다.
장미는 피었고, 아이들은 태어났으며
사람들은 살고, 죽었고
다만, 예언자 중 하나만이 그날 아침
예배복을 벗고, 벽 뒤에서 울었다.
세계의 종말에 부치는 노래, 체스와프 미워시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희의 인간 - 살아있는 보물 (0) | 2025.03.22 |
---|---|
내 말 알아듣는 꽃은 어디? (0) | 2024.12.21 |
당신은 모르는 게 아닐까요 (0) | 2024.12.21 |
클로즈 유어 아이즈 (0) | 2024.11.27 |
다시 안개 (0) | 202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