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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알아듣는 꽃은 어디?

아직이 아니라 아주이겠지만

세상에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도 한다는 해어화를 

나는 만나지 못했다

 

하기사 이쁘지 않은 꽃은 있으랴만

하도 이쁘면 꺾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디 있으랴만

내가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채

아예 입조차 봉한 것들에게

조르고 떼를 쓴들 어찌 내 꽃이랴

 

어느새 눈보라 설레고

내게는 남은 봄도 없으니

다리 절름거리며 길을 나선들

이제 어디 가서 눈먼 꽃이라도 만나

귀밑머리를 풀어준다?

 

허긴 어딘가 분명코

있기는 있을 터,

나는 아주가 아니라

아직이라고 하고 싶은

내게 말을 걸어온 그 꽃

이미 지나쳐온 봄

어디쯤?

 

내 말 알아듣는 꽃은 어디?, 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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