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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사진전: Shooting the Pulitzer

 

2025 01 24 퓰리처상 사진전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6040

 

 

"이것은 사진 콘테스트가 아닙니다. 그해 최고의 뉴스, 그것이 퓰리처죠."

윌리엄 스나이더 (1991년, 1993년 퓰리처상 수상)

 

 

 

1942년부터 2024년까지, 80년간 세상에 이렇게나 슬픔이 많았고 또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퓰리처라는 역사의 순간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시를 보는 내게 어떤 무력감을 함께 선물했던 것 같다. 물론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 통탄스러웠지만 내가 모르던 순간들에 대한 각인과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환기됐다. 앞으로도는 슬픔이 조금 덜하기를, 일어난 일은 끝나고 시작될 것들은 괴롭지 않게 바라게 됐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의 무게를 재차 깨달았다. 우리는 매일 뉴스로 사람이 죽었다는 속보를 보고 무심결에 넘기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삶이다. 전부다. 쌓인 죽음이 차곡차곡 모여 35만명이 죽었다는 통계가 나왔을 때도 그걸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건, 우리가 느끼기에 환희와 절망은 똑같이 강렬하지만 절망이 우리에게 더 큰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주로 상흔의 모습으로). 환희의 순간은 아름답지만 무형이다. 기쁨은 자기 자신만의 것이니까-설령 자기가 성취한 일에 대한 기쁨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승리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뻐하는 그런 부류의 행복이어도. 순간의 향과 감정을 떠올려낼 수 있지만 고통은 존재하지 않았던 감정을 이끌어낸다. 슬픔에 공감하게 하고 살아보지 못한 순간을 살아보게 만든다. 퓰리처에 기쁨이 담긴 순간보다 슬픔이 더 가득한 건, 너무나 슬펐던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이유에서도 있을 것이다. 매킨토시 컴퓨터가 탄생한 순간과 제2차 세계대전은 둘 모두 인류 역사사에 한 획을 그은 중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쟁의 참상에게 메달을 주었다. 컬러로 인쇄된 미국 운동 선수들의 올림픽 참전 사진과 수단의 기아 사진이 한 해에 퓰리처를 받아 나란히 걸렸을 때 그 모순과 현실의 격차야말로 퓰리처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금 허탈해졌다, 어쨌거나 둘이 같이 상을 받았으니까. 남들은 굶어 죽는데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금메달을 받은 순간이 감격스럽지 않다는게 아니라 하필이면 미국이, 백인 남자들이, 얼싸안고 있는 컬러 사진과 흑백으로 된 앙상한 갈비뼈의 소녀 사진이 같은 시대 같은 연도에 세계 어딘가에서 공존한다는 건 그러니까... 그런 거지. 비난은 하지 않겠지만 문자 그대로 누군가가 운동에 매진하며 금메달을 따는게 목표인 순간에 누군가는 그날 마실 물 한 모금을 절실하게 원할 수도 있다는 거다.)

 

우리는 우리가 일어나기 전 있었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태어나기 전 일어났던 월드컵에서 얻어낸 조국의 승리.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 이상의 감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30년 전 영양분이 부족해 보호소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버거웠던 한 소녀의 사진은 현재의 일처럼(그래, 지금도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생생하다. 시간의 간격이 무색하게도 나를 괴롭게 한다. 여전히 공감할 법하다. 나를 그 장소로 데려간다. 솔직히 나는 world wide web이 탄생한 그 순간보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를 촬영한 케빈 카터가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하다 자살했다는 사실을 더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살 것만 같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적지 못할 글임에도 그렇다. 슬픔의 힘이라는 건 바로 이렇지. 

 

참상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나와 같은 시대에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어딘가의 폐허들과 함께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무지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어쩔 도리 없는 이 모든 일들에 희생되는 이들 역시 어쩔 도리 없는 자들이기 때문에... 전쟁을 지시한 지휘관들은 죽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죽는다. 언제나처럼 일을 하고 저녁거리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죽는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