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
야생화 전시장에서 산 거라고, 먼 곳에서
자그만 매발톱풀을 공들여 포장해 보내왔습니다
그 누구의 살점도 찢어보지 못했을
푸른 매발톱
한 석 달 조촐하니 깨끗한 얼굴이더니
깃털 하나 안 남기고 날아가버렸습니다
매발톱풀을 아랫녘 밭에 묻어주러 나간 날은
이내가 파근하게 몸 풀고 있는 저물 무렵이었는데
거름이나 되려무나
밭 안쪽에 화분 속을 엎었습니다
화분 흙에 엉겨 있는 발톱의 뿌리는
보드라운 이내 속 깊은 허공 같아서
여리디 여린 투명한 날개들이
그제야 사각대며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아주 오랜동안 내 꿈속을 찾아왔으나
한 번도 내게 얼굴을 보여준 적 없는 바람을 타고
반짝이는 수천의 실잠자리 떼
이내 속 깊은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사람에 의해 이름 붙여지는 순간
사람이 모르는 다른 이름을 찾아
길 떠나야 하는 꽃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매발톱,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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