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n one
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변심한 기억은 지금 다른 곳에서 한창 바쁘고

망각은 문자도 보내지 않고

 

어쨌든 최악이 아니었다는 듯

문자 한 줄 할 줄도 모르고

 

내가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사연에 누가 울었는지

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기억을 조각낸

그 가위는 어떻게 왔을까

실타래를 잘라버린 가위는 어떻게 내게 왔을까

 

혈관이 따뜻해지는 순간

나는 가위를 들고 또 잠이 들고

 

잘려 나간 기억들은

어떻게 의문 하나 없이 그곳에서 바쁠 수 있는지

 

어떻게 잊을 수 있는 거지 장대비를 피하던 낡은 집들을 항구에 피신했던 목선들을...... 나에게 닿기 위해 놀라울 만큼 멀리서 왔던 빛을

 

잠만 들면 내 손에는 가위가 있고

깨고 나면 베고니아의 목이 잘려 있고

내 정원은 텅 비어 있고

기억은 또 날 버리고

기억은 기억들하고만 친구가 되어 있고

 

망각은 문자도 보내지 않고

 

 

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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