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변심한 기억은 지금 다른 곳에서 한창 바쁘고
망각은 문자도 보내지 않고
어쨌든 최악이 아니었다는 듯
문자 한 줄 할 줄도 모르고
내가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사연에 누가 울었는지
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기억을 조각낸
그 가위는 어떻게 왔을까
실타래를 잘라버린 가위는 어떻게 내게 왔을까
혈관이 따뜻해지는 순간
나는 가위를 들고 또 잠이 들고
잘려 나간 기억들은
어떻게 의문 하나 없이 그곳에서 바쁠 수 있는지
어떻게 잊을 수 있는 거지 장대비를 피하던 낡은 집들을 항구에 피신했던 목선들을...... 나에게 닿기 위해 놀라울 만큼 멀리서 왔던 빛을
잠만 들면 내 손에는 가위가 있고
깨고 나면 베고니아의 목이 잘려 있고
내 정원은 텅 비어 있고
기억은 또 날 버리고
기억은 기억들하고만 친구가 되어 있고
망각은 문자도 보내지 않고
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허연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소화가 왜 능소화인지 아시나요? (0) | 2024.06.12 |
---|---|
매발톱 (0) | 2024.06.05 |
오늘의 결심 (0) | 2024.06.05 |
웃어버려라 (0) | 2024.06.05 |
심장이 아프다 (0) | 2024.05.01 |